[경인투데이뉴스=신영모 기자]안현성 지휘자님은 처음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초등학교 시절 3학년때 서울에서 강원도 원주로 이사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주 학성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 학교에 고적대가 있었습니다. 그 고적대에 무척 들어가고 싶었는데 고적대에 들어가려면 유니폼을 자비로 구입해야 된다는 겁니다. 어린 마음에도 가격이 무척 비싸게 느껴져서 부모님께 말도 안하고 바로 포기했습니다. 그 후 원주중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학교에 관악부(당시는 밴드부라 불렀음.)가 있었습니다. 바로 들어갔지요.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어언 50년이 흘렀네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된 계기는 무었인가요?
제가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96년 귀국해서 맨 처음 자리 잡게 된 곳이 바로 고양시입니다. 그 당시는 고양시가 신도시로 개발되고 고양군에서 시로 승격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라 문화 예술 분야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던 시절입니다. 귀국 초기에는 건국대에 출강하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던‘일산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아서 3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그 후에 경기 북부에는 변변한 오케스트라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양시와 경기 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으로 1999년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 것입니다.
문화적 욕구나 수준이 높은 고양시에서 또한, 서울에 편중되어있는 문화적 양상때문에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지금에 이르렀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고양시에 하드웨어 다시 말하자면 공연장 인프라가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았지요. 시청 안에 약 520석짜리 문예회관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인프라를 갖출 시간도 없이 도시 외형만 갑자기 커졌으니까요. 그러니 고양시민들이 제대로된 공연을 보려면 서울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도 대규모 공연을 위해서는 야외 에 무대를 세우고 공연해야 했으니까요. 야외 공연은 무대 세우랴 음향 부르랴 조명도 갖추어야지 등등.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니까 자주 하지는 못하고 잘해야 1년에 1, 2회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야외 공연이다 보니 제대로 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음향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큰 공연은 횟 수를 줄이고 작은 편성으로 구석 구석 찾아가서 공연하면서 고양필을 알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어울림누리 와 아람누리 같은 공연장 인프라가 갖추어지기 시작하면서 고양필도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활동과 함께 교향곡 위주의 정기연주회를 해설을 곁들이기 시작하면서 좋는 반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렵게만 생각하던 정기연주회를 알기 쉬운 해설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저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셈이지요. 아마도 청소년 음악회를 비롯한 각종 기획연주들은 해설을 많이 합니다만 교향곡 위주의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해설은 제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해 오셨을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되었던 순간 또는 연주회가 있는지요?
보람되었던 순간들은 찾아가는 음악회로 기획된 발달 장애인 학교인 재활학교 방문 연주가 가장 보람되었던 연주회였습니다. 말도 잘 못하는 장애우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를 지르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은 저에게는 감동 그 자체지요. 그래서 빼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었는데 요즘 펜데믹 이후 안타깝게도 중단하고 있습니다.
2007년는 저희가 5번의 정기연주회를 통하여‘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했습니다. 매회 마다 교향곡을 두곡씩 연주했지요. 12월 말에 시리즈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교향곡 제 9번“합창”은 전석 매진을 이루었습니다. 정말 기억에 남는 연주회였습니다. 2019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진 창단 20주년 정기연주회에서는 무소르그스키 교향모음곡‘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했었는데 전석 매진과 함께 EBS방송국에서 전곡을 녹화해서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음악과 악기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교재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2021년 UN가입 30주년 기념연주도 기억에 남습니다. 원래 뉴욕 UN본부에 가서 연주하려고 했는데 팬데믹 때문에 가지 못하고 아쉽지만 SBS방송국에서 고양필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제6번‘전원’을 녹화해서 뉴욕본부로 보내 10월 21일‘유엔데이’에 방송을 했습니다. 유엔가입 190여개국에 동시송출도 되었구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향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고양필은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단체입니다. 궁극적인 목표가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얘기입니다. 한때는 클래식 음악은 특수층들만이 듣는 음악으로 잘못 인식되었던 측면이 있었지요. 그러한 인식을 깨고 이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 고양필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해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더라구요.널리 알려진 소위 명곡들은 명곡들대로 조금 어렵다고 느껴지는 음악들은 알기 쉬운 해설을 곁들여 대중들이 이해하고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클래식의 대중화도 좀 더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올해 2024년 창단 25주년을 맞이하여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지나온 25년 세월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사립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이끌어 온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비즈니스적인 능력과 사고를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별로 그 방면으로 나아진 것은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다 보면 되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의욕만 앞세웠던 것이지요. 그때는 30대 후반의 젊음이 있었고 귀국해서 3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라 패기와 정열이 넘칠 때였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25년 세월 동안 나름대로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하여 자그마한 흔적은 남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지역 문화 예술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단체로 자리매김 하였다고 하는 자부심은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순수음악이 주는 영향력은 어느 세대보다 중요할 것이라 여겨지는데 K팝의 세계적인 인기처럼 K클래식에 있어 선생님의 목표점이나 지향점, 혹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사회적 풍토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25년전 고양필을 창단해서 지금까지 이끌어 오면서 제가 지향했던 목표는 일관되게 클래식의 대중화였습니다. 따라서 고양필은 교향곡을 연주하는 정기연주회에서도 관객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하여 항상 해설을 곁들여 왔으며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아왔습니다. 기획연주는 관객들이 잘 알고 있으며 이해하기 쉬운 클래식 곡들과 세미클래식 등을 섞어 연주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결코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는 점을 끊임없이 어필해 왔습니다. 보통의 관객들을 클래식의 세계에 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무슨 클래식을 듣나? 나는 특별한 계층도 아닌데? 라는 인식을 바꿔주기 위하여 클래식 음악계가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려야 합니다. 클래식 음악도 실용 음악을 듣듯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이 무슨 특별한 음악이 아닌 누구나 듣고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매니아가 아닌 보통의 일반 관객들도 클래식 음악을 상시로 듣고 즐기기 위하여 공연장으로 몰려오지 않을까요? 클래식을 공부해야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닌 그냥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음악은 그냥 음악일 뿐이니까요.
창단 25주년을 기해 앞으로 고양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구상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024년 창단 25주년을 맞이하여 사단법인으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단체인 만큼 재창단하는 각오로 청년이 된 고양필을 새롭게 이끌어 가겠습니다. 정기연주회를 통한 심포니(교향곡) 연주와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들을 소화해 내는 저희 단원들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합니다.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저희는 꾸준히 진화하는 오케스트라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알기 쉬운 해설과 함께하는 정기연주회는 지금과 같이 꾸준히 협주곡과 교향곡을 위주로 하는 클래식 음악회 전통 포맷으로 연주하고 그 외 기획공연들은 철저히 관객들 눈높이에 맞추어 여러 가지 장르의 곡들을 총망라해 연주하면서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 관객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고양필이 되겠습니다.
문화의 선진국 유럽에서는 한 도시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그 도시에 오케스트라가 있는가 없는가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비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있고 독일 베를린에는 베를린필하모닉이 있듯이 고양시에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신영모(21young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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