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보훈 칼럼]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희망하며

심철 | 기사입력 2021/06/28 [21:23]

[보훈 칼럼]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희망하며

심철 | 입력 : 2021/06/28 [21:23]

예비역 육군 대령 진 진 화

 

고엽제는 월남전 또는 대한민국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南方限界線)의 인접지역에서 나뭇잎 등을 제거하기 위하여 사용된 제초제로서 다이옥신이 들어 있는 것을 말하며, 미군이 월남전 당시에 무성한 정글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하여 살포함에 따라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에게 다양한 질병이 나타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고엽제에 노출되면 다이옥신에 의한 폐암, 간암, 생식기능 장애, 면역손상, 기형 등이 올 수 있는데, 현행 고엽제법은 베트남전쟁 등 고엽제 노출 지역에서 복무한 군인들에 대하여 고엽제후유증(後遺症)으로 20종류의 질병을, 고엽제후유의증(後遺疑症)으로 19종의 질병을 얻은 사람을 그 지원 대상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고엽제로 말미암아 보훈 대상(고엽제 후유증에 따른 국가유공자, 후유의증으로 수당을 받는 환자, 고엽제 후유증 2세로 수당을 받는 환자, 등급 미달 판정을 받아 병원 치료비를 지원받는 환자 등)이 되는 국민은 모두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70~80대 고령층이며, 1960~70년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파월장병으로서 국위 선양 및 경제발전 기여 등의 공로를 감안할 때, 실질적 제도개선을 통해 적정한 보상과 합당한 예우를 하여 존경받는 국가유공자 상을 정립하고 사회통합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국내 역학조사는 물론 외국의 사례들을 폭넓게 참고하여 고엽제후유증에 해당되는 질병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995년 이후 2017.2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월남전 참전군인 등의 질병유병을 분석하여 고엽제 노출과 질병 간의 상관성을 연구하는고엽제 피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바 있고, 이에 따라 기존에 후유의증으로 인정되던 질병이 후유증으로 변경되어 예우와 보상이 확대된 바 있으나,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과 같이 고엽제와의 연관성이 매우 높아 오래전부터 후유증 인정 민원이 제기되었던 질병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유의미한 의학적 상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는 점은 분명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정부는 고엽제와 질병 간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인정된 고엽제후유증환자와 달리, 그 연관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고엽제후유의증환자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차등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를 경우 월남 참전기간이 훨씬 장기간이고 고엽제에 폭넓게 노출된 자라 하더라도 후유의증 질병(예컨대, 뇌경색증) 을 갖고 있다면, 참전 기간이 짧고 실제로 고엽제에 노출 빈도가 적었음에도 후유증 질병(예컨대, 당뇨병)을 갖고 있는 자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의 예우를 받게 되는 불합리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자녀가 아무리 고엽제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어도 부친이 고엽제후유증 환자로 인정받지 않는 한 2세 환자로 인정될 수 없으며, 고엽제후유증 환자로 등록된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유족에게 보상금 승계가 가능함에 비해, 후유의증 환자로 등록된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수당지급이 중단되고 유족에게 승계도 불가능하다는 차별이 존재하여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2012년 7월 법 개정 이후 상이사망심사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고엽제후유증 환자 사망 시 추가증거가 확보되어도 현행법상으로는 유족이 재판정 신체검사신청을 할 수 없어, 사실상 기존 고엽제 질병이 악화하여 사망함이 명확함에도 단지 2012.7.1 이전 등록자인지 여부에 따라 유족보상금에 현저한 차이가 생긴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물론 국가재정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구체적인 예우의 방법과 내용 등은 입법자가 국가의 경제수준, 재정능력, 국민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는 입법정책의 문제이긴 하지만, 고엽제 피해자들의 희생과 공로는 동일함에도 단지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이 법령상 어떠한 질병분류체계에 속하는가 라는 우연적 사정에 의해 보상과 예우가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은 사회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이 시기에 맞이하는 호국보훈의 달은 그 어느 해 보다도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모쪼록 필자의 위와 같은 짧은 소견이 정책에 일부라도 반영되어, 월남 참전 등의 임무수행 과정에서 고엽제에 피폭되어 평생을 병마와 싸우며 고통 속에 살아오신 고엽제 관련 피해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선양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미력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