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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재일: [2020-07-15]

녹색당, 여성의 목숨은 소중하다....아내를 숨지게 한 남성에게 집행유예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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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박상기 기자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아내를 숨지게 한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에 대하여 여성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제주녹색당 논평을 발표 했다.
지난 7월 13일, 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제주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6)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작년 가을 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숨진 B 씨와 말다툼을 하다 주먹질을 했고 폭행을 당한 B씨는 지주막하출혈을 일으켜 닷새 뒤 20일 사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다만 “그 결과가 의도치 않게 나왔으나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부인을 사망케 했다는 충격과 자책감에 괴로워하면서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라며 “피해자 가족이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한 언론사 취재에 의하면 재판부는 판결 후 “피고인이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어린 딸을 잘 키우는 것이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길”이라고 했다고 했다. 또 한 언론 기사는 재판부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은 A씨가 "네, 알겠습니다"고 답변, 울먹이며 법정을 빠져나왔다고 썼다.
이에 제주녹색당은 분노를 금치 못하며 다음과 같이 우려한다.
첫째, 이번 판결은 여성살해에 관대한 사법부의 인식을 다시 드러내며 여성혐오를 부추겼다.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죽음에 이르게 한 죗값이 달걀 18개를 훔친 것보다 가벼웠다.
둘째, 선처의 근거가 된 딸 양육과 관련해 아동 인권이 유린된 정황이 있다. A씨는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딸에겐 아빠이지만 동시에 엄마를 살해한 살인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딸 양육을 근거 삼아 선처하며 해당 아동양육을 당부한 점은 아동학대와 다름없다.
지난 일주일여 우리 사회는 ‘여성 인권’에 관한 암담한 소식에 절망하며 혼란에 빠져 있다. 세계 최대 여성아동청소년 성 착취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석방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 조문에서 나타난 공고한 남성권력의 2차가해, 그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전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씨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의혹 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N번방 사태에 환멸하고, 아동학대에 울분하며 가부장 구조하 약자 구성원(여성과 아동)의 살해에 한 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사회 시스템은 가동되고있지 않다. 최근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 라는 여성들의 호소와 “사법부가 공범이다” 라는 말은 바로 이 사법정의를 가리킨다. 그러함에도 이번 판결과 취지는 실망스럽다.
한국사회의 아내폭력 문제는 젠더 관계와 가부장적인 시스템을 내재한 일상적 사고방식과 성별 관계 방식으로 촘촘히 연결된다. 여성살해에 둔감한 사회 자체가 여성 살해를 낳는 바탕이다. 또한 이번 판결의 선처 사유 중 하나로 재판부에 의해표현 된 “어린 딸을 잘 키우는 것이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길”이라는 말 역시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이다. 재판부가 당부에 담았을 의도와 달리 기실 학대에 노출된 아동과 여성에겐 원 가정 복귀나 가정 보호는 공포나 다름없으며 가부장적 사회가 낳은 폭력임을 확인한다. 판사의 당부가 암시하듯 엄마를 살해한 아빠와 함께 살아갈 아이의 인권도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에서 부모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 피해아동이 폭행당했던 끔찍한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원가정 보호 원칙’은 학대나 고통을 방치하는 잔혹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재학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가정 내 학대 피해아동의 안전한 보호와 재학대 방지를 위해 원가정 보호 원칙 개정을 준비중이다. 개정안에는 「아동복지법」제2조 2항에서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제4조 3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안전한 양육 및 보호를 받으며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불평등한 성별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을 '젠더폭력'으로 규정하고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등을 제시하였으며, 올해 2020년 12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이란 법명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그동안 가정 내의 문제라고 치부했던 부부폭력, 연인간의 사랑싸움으로 여겼던 데이트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등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국가책임과 개입에 대해 규정한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족 문제나 개인의 일이 아닌 오래된 구조적 폭력의 산물이다. 따라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법제도적 대응 못지않게 사회문화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일상적' 공포를 홀로 감내하고 있다. A씨의 죽음 역시 여성으로서 그가 여성으로 감당해야 했던 좌절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녹색당은 가부장제 남성 권력에 의한 폭력을 조장하는 판결이 더는 없기를 촉구하며 이번 판결이 가져온 사회적 약자 혐오의 문화에 저항해 사회적 안전장치 구축을 위해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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